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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14:40
새벽 어느날 시장
부산은 농산물도매시장이 엄궁과 반여 두 곳 있다. 두 곳 중 엄궁은 한 번도 못(안) 가봤고 반여(석대)만 가봤는데 이유는 S 어머니의 단골가게가 반여에 있어서다. S와 나는 엄궁이든 반여든 딱히 선호가 없다.
시장에 가면 나는 바나나만 사는데 코스트코 바나나도 가성비가 좋지만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엥겔계수가 천장을 뚫어서 얼마전부터 출입을 자제하는 중임.
사실 바나나 외에도 채소라던가 과일이라던가 눈이 가는 건 많지만 재래시장이 익숙하지 않아서 늘 구경만 하고 온다. 귤이 제철이다 보니 귤 박스를 지나치는 게 가장 힘든데 S가 박스 아래쪽은 불량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고 겁을 줘서 그림의 떡이다ㅠㅠ
내가 올빼미족이라 새벽 풍경을 보는 일은 매우 드문데 어쩌다 새벽 풍경을 볼 때면 뭐라고 표현할까... 생동감이라는 건 이런 걸 의미하는 거구나 싶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입김이 하얗게 올라오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활기에 섞여 돌아다니다 보면 삶이란 결국 살아 움직이는 동력이 아닌가, 겸허한 감동이 올라온다.
S어머니가 주문한 물건을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읽은 '조국의 시간'. 사진을 찍으려고 요리조리 구도를 찾는 나를 보며 옆에서 S가 질색했다.
"야! 컨셉질 하지말고 책만 찍어!"
"닥쳐! 오늘 이 장소에서 이 책을 읽었다는 현장기록이야!"
-실제 대화는 더 구질구질했지만 내용의 핵심은 같다. 내 알파벳 절친들 공통점이 컨셉질이라면 질색팔색하는 성격이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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