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했던 시기가 가물한데 2009년 이전이었던 건 분명해요. 왜냐하면 09년 이후 아예 화장을 안 했기 땜에...
덧붙이자면 09~11년까지 한 3년 정도는 스킨도 바르는둥 마는둥 했어요. 왜냐하면 친구 잘못 만나서. M이 남자이긴 하나 피부 하나는 정말 타고 났는데 정말 세수 밖에 안 하는데도 잡티 하나 없이 너무 깨끗하고 안색도 환하고 하여튼 피부가 좋거든요. M이 늘 제게 하는 말이 화장품 무용론인데 늘 흘려듣던 그 말이 하필 어느 시기에 귀에 쏙 들어왔고 그리하여 M 흉내를 낸답시고 한 3년 피부에 아무 것도 안 했던 거죠. 그리고 가뭄이 든 논 마냥 바짝 마른 피부를 회복시키는데 2년 쯤 걸렸습니다. 그리하여 깨달음. 생체학적 매커니즘상 피부는 진피층 아래로는 물이든 뭐든 아무 것도 흡수를 할 수 없지만 피부 표면에는 분명 작용을 한다는 거. 피부에 적당한 유수분을 공급하는 거 잊지맙시다!
화장품 사는 게 한창 재미있던 한때 매장에 vip고객카드를 만들어놓고 열심히 들락날락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는 필요한 걸 산다기 보다는 눈에 띄는 걸 사던 때였고 블랑 위니베르셀도 독특한 제형에 끌려서 구입한 제품인데요. 지금은 단종됐어요. 단종 시기는 아마 13년 쯤인 걸로 압니다. 이 제품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고체형 메이크업베이스예요. 내장 스패출라로 떠서 손으로 피부에 문질문질하면 손 끝 감촉이 정말 실키(silky)합니다. 아주 입자가 고운 파우더를 얼굴에 문지르는 딱 그 느낌이에요. 효과는 메이크업베이스 답게 피부톤이 밝아지는데 써보진 않았지만 요즘 나오는 톤업 크림이 아마 이런 효과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괜찮은 베이스 제품인데 왜 단종시켰을까 의문.
대충 손가락을 꼽아봐도 10년은 된 제품인데 변질없이 처음 구입했던 그대로 말짱한 건, 제가 기본적으로 오덕 성향이 있어서 '보관'에 재능이 쫌 있습니다.
실제로 구입하고 얼마후 서랍에 넣어두고(이미지 속 스패출라 자국은 당시 사용한 흔적 그대로임) 지금껏 잊고 있다 최근 오랜만에 파운데이션을 구입하려고 검색을 하다 문득 이 제품이 생각나서 서랍을 뒤져 찾아냈어요. 처음엔 안 보여서 이사하면서 버렸나보다고 뒤늦게 애통해함. 용량이 30g인데 제가 사용하는 속도와 빈도를 봤을 때 앞으로 30년은 쓸듯. 물론 그 사이 제품에 변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