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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0 23:04
[도서] 삶과 죽음의 사이『피안』by 가오싱젠
그녀는 문득 남자 아이 하나가 생각났어. 눈 오던 날 그녀의 창 아래서 바라보며 그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던 아이가 말야. 그 땐 커튼 뒤에 숨어서 그저 재밌다고, 또 우습다고만 여겼지. 마음에 좀 안 됐단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눌러버렸어. 그녀 반의 제일 멋진 여학생이 그녀에게 자기도 그 남자 아이로부터 연애편지를 받았다고 말했거든. 그녀는 그 후 그들 누구와도 왕래하지 않았대.
그녀는 좀 낭만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어.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육체관계 외에 그래도 뭔가 시적인 게 있으리라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너무나 너무나 위선적이어서 지겨울 정도야. - pp.151-152
그녀는 좀 낭만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어.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육체관계 외에 그래도 뭔가 시적인 게 있으리라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너무나 너무나 위선적이어서 지겨울 정도야. - pp.151-152
(…)어머니가 죽을 때 그녀는 울지 않았어. 좀 이상한 느낌이었고, 아쉬웠지. 그녀가 운 건 병원에서 나온 후, 밤중에 혼자서 기다리다 갑자기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느껴졌을 때였어……. -p.153
어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집에 오니 스툴 위에 떡- 하니 놓인 가오싱젠의『피안』
안 그래도 비가 와서 미적거리다 이틀이나 연체했는데 한 권을 빼먹은 건망증... ㅠ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반납하기 전에 발췌하고, 사진 찍고 했어요.
연극과인간에서 다시 이 책을 재간할 것 같지는 않고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내고 있는 출판사 빅3에서 내주면 모를까, 이 표지와 사양으로는 마지막일 텐데 싶어 사진으로나 남겨야겠다 싶더라고요...
* 표지의 사진은 가오싱젠이 직접 그린 거라고 합니다.
네 편의 희곡이 담긴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읽는 동안 오감이 펄떡펄떡 욱씬거리는 그런 독서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외출하면서 중요한 걸 집에 두고 나온 것 같은, 서늘한 공기가 뒤통수를 끌어당기는 것 같은..., 묘하게 되씹는 부분이 있어요.
가오싱젠의 3대 메타문학 중 하나인「삶과 죽음 사이(생사계)」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무난하게 읽혔습니다. 아마 앞서 두 편에서 내공이 쌓여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책이 내 것이면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읽을 땐 좀 더 편안하게 읽힐 것도 같은데 그러지 못 하는 게 아쉽습니다. 나중에 대출을 한 번 더 하던지 해야겠어요.
좀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거의 매 작품마다 세상이 원통한 여성이 자신의 오장육부를 꺼내어 물에 씻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중국 고유의 민간설화(또는 신화)인가 싶어 찾아봤지만 검색에 걸리지 않는군요.
부조리한 상황에 발 묶인 여성을 바라보는 가오싱젠의 시각은 페미니즘 작가에 포함시켜도 충분하다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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