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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2121 bytes / 조회: 108 / 2023.12.30 00:03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거짓말 같은 소식은 여전히 실감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나고 충격에 익숙해지니 비로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비탄이 올라온다. 고인의 소식에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마지막 순간까지 고인을 괴롭혔을 수치심이 떠올라서였다. 인간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살고 배를 곪아도 살지만 쪽팔리면 못 산다던가. 하필 고인이 출연했던 드라마에 비슷한 대사가 있어서 더 애통하다. 

왜 죽느냐 무책임하다고 고인을 비난하지 말길. 성역으로 여겨지는 모성조차도 죽음 앞에선 찰나 움찔한다고 했다. 제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남겨두고 가야 하는 것들에 미련이 없는 인간은 없다. 하물며 커리어의 정점에 선, 아직도 이룰 것이 많은 배우가 현실을 버티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는가.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수치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개와 고양이도 수치심을 느끼며 잘못을 했을 땐 눈을 피하고 몸을 낮추고 눈치를 본다. 그러니 수치를 모르는 인간은 짐승보다 못하다고 하는 거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눈을 흉내내고 뻣뻣하게 목을 치켜세우고 눈자위를 희번득거리며 아무한테나 손가락질하고 확성기에 대고 쇳소리를 낸다. 

우리 사회는 병들었다. 과연 회복이 될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체념적인 불안에 마음이 더욱 심란하다.

 

무지성의 손가락들은 한 인간의 불운을 조롱하며 여전히 평안들 하시겠지.

무지성의 혓바닥들은 한 인간의 불운을 평가하며 더더욱 흥에 겨우시겠지.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진실로 진실로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하고 싶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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